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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당신이라면 신고할 수 있을까요?

by 유리불도저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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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살인 사건을 목격했을때 동시에 범인이 내가 목격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과연 당신이라면 신고할 수 있겠습니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 <목격자>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주요 줄거리 노출에 주의하세요. 스포일러, 우리말로는 '영화 헤살꾼'이라고 한다네요.)

 

영화 포스터

 

감독 : 조규장

출연 : 이성민(목격자), 곽시양(살인자), 김상호(형사), 진경(목격자 아내), 배정화(목격자2), 정유민(피해자) 등

관객 : 약 250만명(18/9/3 기준)

 

모두가 잠든 새벽, 고요한 아파트 단지에 '살려주세요!'라는 여자의 비명이 들립니다.

단지 뒤편 야산에서 피해자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범인이 끝내 피해자를 추격해 아파트 주차장에서 범행을 마무리지은 것이죠.

 

회식을 마치고 새벽에 귀가한 상훈(이성민)은 비몽사몽간에 비명을 듣고 베란다에 나가본 순간, 마침 물마시러 나온 아내 수진(진경)이 주방 불을 켜는 바람에 범인과 눈이 마주칩니다. 

얼른 불을 꺼보지만 범인은 이미 상훈의 층수를 확인했습니다.

 

살인범이 범행 직후 불이 켜진 목격자의 거주지를 확인하는 장면

이제, 상훈이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하고 살인사건을 신고할 것인가, 목격자의 존재를 알아차린 범인이 상훈을 그대로 둘 것인가 치열한 심리싸움이 전개됩니다.

 

 방관자 효과 | 제노비스 신드롬

영화는 심리학에서 유명한 사례인 '방관자 효과'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것은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책임이 분산되어 오히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는 경향을 뜻합니다.

즉,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는 현상입니다.

 

1964년 미국에서 발생한 '키티 제노비스' 사건에서 유래되어 '제노비스 신드롬'이라고도 부릅니다.

1964년 뉴욕에서 귀가하던 캐서린(키티) 제노비스가 강도를 당해 칼에 찔려 사망합니다.

이때 범행을 목격한 아파트 주민 38명 어느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즈'가 보도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뉴욕타임즈의 오보였습니다. 기레기가 기레기짓 한 것이죠.

실제 목격자는 6명이었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키티를 도와주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단순 가정폭력 사건으로 처리했고 다시 찾아온 범인에게 키티는 살해당합니다.

 

아무튼, '방관자 효과'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만일 위급한 상황에 타인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면 대상자를 명확히 지목해서 책임감과 구조 의무를 부여해야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비행기 비상구 앞좌석에 앉은 승객에게 구조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반복해서 고지하고 있습니다.)

 

* 예를 들어, '거기 안경 쓰고 파란색 티셔츠 입은 아저씨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그럴듯하긴 하지만, 긴박한 상황에 실제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경우 구조한 선의의 시민에게 구조의 책임을 전적으로 묻지 않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합니다.

(응급의료법 5조 2항에는 착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책임면책, 감면규정을 두고는 있습니다.)

또한,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거나 헐리우드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증인보호 프로그램'과 같은 시스템도 필요하겠죠.

 

 목격자의 딜레마

사건을 목격한 상훈은 범인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습니다.

이에 또 다른 목격자 정화는 상훈을 찾아 함께 신고할 것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상훈은 끝내 외면하고, 범인은 그녀를 추가로 살해합니다.

상훈은 두번째 살인도 목격한 셈이죠.

 

상훈에게 범행을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불고지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예외로 국가보안법에서는 처벌합니다.)

 

또한, '착한 사마리아 법'도 규정되어 있지 않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 법은 자신에게 특별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데도 타인의 생명, 신체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고 있을 때, 구조하지 않는 경우에 처벌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훈이 신고하지 않아 추가로 발생하는 살인에 대해선 형사적 책임은 없으나 도의적 책임만 따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씁쓸한 것은, 아파트 부녀회장과 이에 동조하는 입주민들이 보이는 태도입니다.

아파트 시세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신고하지 말고, 경찰 수사에도 협조하지 말자는 그들 말입니다.

흔히 지역명을 따서 OO사건이라고 하는 경우, 사건 발생지 - 범인 또는 피해자 거주지 - 피해자 발견지를 두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들의 철저한 이기주의에 기인한 것이겠죠.

 

공교롭게도 영화를 관람한 시점에 발생한 '과천 살인사건', <그것이 알고 싶다>에 소개된 사이비 종교 '은혜로 교회(과천 소재)'에 이어 영화의 배경이 '과천 아파트 단지'로 설정되어 있어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한계

우리 일상 공간에 침투한 범죄와 목격자에 대한 신변보호의 부재 등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한 점과 배우들의 열연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마블 영화의 딜런과 같은 극한의 범죄력을 보여주는 범인, 이에 맞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일반인 등 영화적 허용을 감안해도 과도하게 산으로 갑니다.

엔딩 역시 산(물리적 공간의 산입니다;;;)으로 가서 범인이 희대의 연쇄 살인마였던 것으로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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