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왕 랄프, 비디오 게임 시대를 추억하며

과거의 추억(주로 1980~90년대)을 소환해서 새롭게 재해석, 다시 다양한 문화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유행입니다.

그 시절 다양하고 풍부했던 대중문화를 든든한 배경으로, 그 때의 어린이들이 '경제력을 갖춘' 40~50대가 되어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는 시점이기 때문일까요.

 

드라마로는 tvN의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88>이 대표적이며 영화로는 <레디 플레이어 원>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네요.

 

레디 플레이어 원, 1980년대 소년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그 시절을 추억하는 어른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던져주는 애니메이션이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52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높은 완성도와 깊은 메시지로 인정받은 명작 <주먹왕 랄프>입니다.

 

애니메이션 포스터

 

감독 : 리치 무어

개봉 : 2012년 12월

관객 : 918,823명

 

 줄거리

과거 오락실이라 불리던 공간을 빛낸 8비트 아케이드 게임 '다 고쳐 펠릭스'에서 건물을 부수는 악당으로 등장한 주먹왕 랄프!

30년째 매일 건물을 부수며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합니다.

하지만 악당이라는 이유로 게임 등장 인물 누구도 그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게임 30주년 축하 파티에도 초대받지 못한 랄프!

 

모두에게 인정받는 영웅이 되고 싶은 랄프는 게임을 벗어나, 최첨단 그래픽을 자랑하는 슈팅게임 '히어로즈 듀티'에서 우주 벌레를 퇴치하는 활약을 펼쳐 영웅의 상징인 메달을 획득하고자 합니다.

모험은 계속해서 카트 레이싱 게임 '슈가 러시'로 이어지죠.

 

한편, 랄프가 사라지자 게임의 주인공인 '다 고쳐 펠릭스'는 고장 난 게임으로 인해 퇴출될 위기에 처하게 되고, 펠릭스는 랄프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그를 뒤쫓습니다.

 

랄프는 우주 벌레로 위기에 처한 '슈가 러시'에서 레이싱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외톨이 바넬로피를 도와 게임 세계를 구하고 메달을 얻을 수 있을까요?

 

 호평에 비해 아쉬운 흥행 성적

탄탄한 완성도와 신선한 메시지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제작비의 2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습니다.

개봉 당시 라이언 킹, 라푼젤, 알라딘에 이어 역대 수익 4위에 올랐으며, 개봉주간 성적(오프닝 스코어)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겨울왕국이 기록 경신)

차기작 겨울왕국의 신드롬을 고려한다면 주먹왕 랄프의 흥행 성적이 아쉽기만 합니다.

 

대신 <주먹왕 랄프2>가 2019년 개봉예정이니 기대해 보겠습니다.

 

랄프와 바넬로피

 

 악당은 누가 만들까?

랄프는 외로운 악당입니다.

오락실 영업시간이 끝나면 게임 캐릭터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지만 악당 랄프는 자기가 부숴버린 벽돌더미에서 '홀로' 잠들게 됩니다.

게임 30주년 파티가 성대하게 열린 날, 게임과 관계없는 팩맨(그 노란 팩맨 맞습니다) 마저 참석했지만 랄프는 초대받지 못합니다.

게임 캐릭터들이 악당 랄프를 싫어하기 때문이죠.

우격다짐으로 파티장에 들어간 랄프로 인해 파티는 엉망이 되고 캐릭터들은 랄프를 망신줍니다.

그들은 '주인공에게만 허락된 메달을 따와!'라며 악의적인 제안을 합니다.

악당 캐릭터는 결코 메달을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죠.

 

랄프는 슈팅게임에서 획득한(훔쳐낸;;) 메달과 함께 우연한 사고로 레이싱 게임속에 뛰어듭니다.

그 곳에서 버그(오류)로 인해 남들과 달라 외톨이가 된 소녀 바넬로피를 만납니다. 

카트 레이싱에 참가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건 바넬로피는 랄프의 메달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악당으로 외톨이가 된 랄프,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당하는 바넬로피는 서로 돕고 성장하며 시련을 극복해 냅니다.

한편 이 작품의 진짜 악역도 나름의 그럴만한 사연을 갖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됩니다.

 

공동체의 가치와 충돌해 악당 취급을 받게 되는 상황(예수가 활동하던 시기 세금공무원이 그랬습니다.), 기술 등의 발전으로 비자발적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한 상황,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가 되지만 본인의 가치관을 유지하는 상황, 악당이라 쉽게 단정짓고 왕따를 가하는 상황 등 많은 생각할거리를 제공하는 애니메이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