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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니엘 블레이크, 탁상행정의 끝판왕과의 사투

by 유리불도저 2022.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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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켄 로치

출연 : 데이브 존스, 헤일리 스콰이어

개봉 : 2016년

수상 : 201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심장마비로 인한 실업 위기

 

평생을 목수로 일하며 성실히 살아온 주인공 다니엘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심각한 심장마비로 일을 중단해야하는 위기에 처합니다. 의사는 일을 중단하고 요양하라는 진단을 내리지만, 상담 공무원은 질병수당 지급을 거부하고 취업이 가능하다고 판정합니다. 다니엘이 상담하며 보여준 현실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와 말투가 보통 기분 나빴던게 아닌가 봅니다.

 

다니엘은 항의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몇시간이 걸려 줄을 서기도하고, 담당부서와 겨우 전화연결이 되지만 '지급 거부'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항소도 불가하다는 비상식적인 대답을 듣게 됩니다.

 

탁상행정의 끝판왕

 

의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질병수당 지급을 거절하는 공무원,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선 취업교육을 받고 구직활동의 증빙을 제출해야 하는 제도, 인터넷을 배우지 못한 이들이라도 반드시 인터넷을 통해야만 항의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숨막히게 하는 탁상행정이 가득합니다.

 

편견에 가득한 고용주는 다니엘을 별다른 노력도 없이 복지제도에 기생해 살아가는 한심한 기회주의자로 매도합니다.

 

이웃, 연민을 넘어 연대로

 

사면초가 위기에 처한 다니엘 앞에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케이티가 나타납니다. 생활고로 런던을 떠나 뉴캐슬로 이주한 케이티는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상담 센터에 약속보다 10분 늦게 도착합니다. 역시 공무원들은 규칙을 앞세워 면담을 거절하고 사정을 설명하는 케이티를 악성 민원인으로 몰아갑니다. 지켜보던 다니엘은 함께 분노하며 거칠게 항의하다 같이 쫓겨나는 신세가 됩니다. 다니엘은 케이티의 집을 수리해주고,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케이티 가족을 도우며 자존감을 유지하기도 하죠. 케이티는 극심한 생활고에 물건을 훔치다가 들키게 되고 매춘까지 제안받습니다. 다니엘은 순전히 도우려는 마음으로 케이티의 업소를 방문하고 벼랑 끝에서 만난 이들은 이웃을 넘어 서로를 의지하는 관계가 됩니다.

세상을 향한 외침

 

앞뒤가 꽉 막힌 대책없는 탁상행정으로 가득한 센터 벽면에 다니엘이 페인트로 써내려가는 저항의 언어는 같은 처지의 소시민들 가슴에 불을 지피고 열렬한 지지를 받습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이에 나는 나의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하지만 사회의 벽은 강고하고, 항고를 앞둔 상황에서 다니엘은 안타깝게도 심장마비로 쓰러집니다.

 

인간답게 사는 세상

 

복지는 정부가 가난한 자들에게 베푸는 시혜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 인간적 존엄을 포기하고 가난과 무기력함을 입증해야하는 것은 야만적입니다. 매스컴을 통해 소개된, 방학 기간 급식 카드를 들고 편의점 앞에서 눈치보며 먹을거리를 받아간다는 아이들의 사연이 너무나 가슴아팠던 기억도 나네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복지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사회, 그런 국가를 만드는 것에 함께 힘을 보태라는 것이 나와 당신, 우리에게 전하는 다니엘 블레이크의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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