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은 글

바보 만들기, 문제는 학교에 있었다

유리불도저 2022. 12. 18. 00:01

<이미지 : 표지 직접 그리기>

 

제목 : 바보 만들기

부제 : 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멍청해지는가

저자 : 존 테일러 개토

역자 : 조응주

출판사 : 민들레

출간일 : 2017년 9월

1992년 미국에서 초판이 나온 뒤 우리나라에는 1994년에 처음 푸른나무 출판사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미국에서와 달리 우리에겐 시대를 너무 앞섰던 것인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자취를 감추었다고 하네요.

 

다시 미국에서 2002년 저자의 후기 등이 추가된 10주년 기념판이 출간되었고, 이를 번역한 버전이 2005년 민들레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며, 이번에 새로 번역한 책이 나왔습니다.

 

학교제도에 비수를 꽂는 돈키호테 교사 '존 개토'

기존 제도와 질서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경우, 그 저자가 누구인지는 새로운 주장에 권위와 힘을 실어 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존 개토는 30년 가까이 미국 심장부에서 교사 생활을 했고, 뉴욕 시-뉴욕 주의 '올해의 교사'상을 연거푸 받은 권위있는 선생님입니다. 학교제도의 적나라한 실상과 숨겨둔 비밀을 낱낱이 폭로하는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시상식 자리에서 연설하기 위해 밤새 써내려간 글들입니다.

 

학교의 교육과정은 '바보 만들기'일 뿐

저자는 학교 교육을 더 많이, 더 잘받은 소위 엘리트일수록 실제로는 달달 외운 남의 생각을 자기 생각으로 착각하고 살며,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하는 것인지도 모른채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시대의 톱니바퀴로서 물신(物神)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설파합니다.

소위 근대 학교라는 제도는 국민 통합이라는 미명하에 '말 잘 듣는 아이'를 길러내기 위해 프러시아에서 체계를 갖추고, 이를 미국이 본따 도입했으며, 이를 부지런한 카피캣 일본이 모방했으며, 우리에게도 걸러지지 않은채 선진 제도인양 이식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학교를 거치는 동안 대부분의 아이들이 타고난 천재성과 생기를 잃어버리고 그 가능성을 거세당한채 그저 밥벌이나 하면서 적당히 살아가는 어른으로 길러지게 되는 현실은 근대화, 산업화 과정을 거친 국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비극인 것입니다.

 

교사들의 7가지 죄

저자는 거대한 시스템속에 숨어 부역하는 교사들이 저지르게 되는 죄를 7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단절된 사실의 파편들을 강조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는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한다.

2. 교실에 가두어 두고, 단지 각자 자신의 위치를 알고 받아들이게 한다.

3. 모든 사물에 대해 무관심을 키워준다.

4.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어 자립할 가능성을 빼앗는다.

5. 지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어 스스로의 호기심을 빼앗고, 단순히 동화(同化)시킨다.

6. 자신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조차 남이 가르쳐 주어야 할 수 있게 만든다.

7. 끊임없이 감시하여 개인적인 영역을 박탈하고, 혼자만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기억에 남는 문구

"사실 학교는 명령에 따르는 법 말고는 실제로 가르치는 게 없습니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인정 많고 사려 깊은 수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교사로, 행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제도의 추상적 논리가 이들 개개인의 노력을 압도해버리는 겁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정말 열심히 가르치지만, 학교라는 제도 자체가 사이코패스인 것입니다"
 

"아이들의 천재성을 파괴하는 곳이 학교입니다"

"우리는 학교라는 이름의 괴물을 만든건지도 모릅니다. 아이와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흡혈귀 같은 것 말입니다"

"현대 교육의 탄생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중심엔 학생이 아니라, 국가나 사회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어느 교실에서든 어떤 중요한 일도 제대로 끝나는 법이 없습니다. 종이 '땡' 울리기만 하면 지금까지 하던 일이 무엇이든 즉각 손을 떼도록 요구하니까요. 종소리의 진정한 가르침이란 단지 '어떤 일도 끝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교육이란 그림보다는 조각과 비슷한 것입니다. 그림이란 표면에 덧붙임으로써 형상이 만들어져 나오는 것임에 반해 조각이란 재질의 일부를 떼어냄으로써 재질 안에 내재하던 형상이 풀려 나오는 것이지요. 이게 중요한 차이입니다"

<이미지 출처 : 아마존>

 

 

대안은 있는가?

저자는 가장 먼저 공동체의 회복을 제안합니다. 저자가 나고 자란 고향 '모농가헬라'에서는 온 마을의 누구나가 선생이 되어 가르침을 베풀고, 이를 통해 가장 근원적인 교육의 방법으로 '자기 자신을 가르치는' 아이들로 자라게 됨을 주장합니다.

당장 대안학교 등에 아이를 맡기기 어려운 경우라도 학교와 입시학원, 보습학원, 각종 사교육 기관과 학습지 교사에게 맡겨두었던 우리 아이의 귀중한 시간 일부라도 되찾아옵시다.

끝없는 경쟁과 시험으로 줄세우기에서 벗어나, 학교가 아닌 곳에도 길이 있다는 것을 믿어봅시다.

아이들이 삶의 각 시기에 경험해야 할 수 많은 기쁨과 행복을 반드시 누릴 수 있도록 해줍시다.

무엇보다 오늘 저녁 식사는 한 식탁에 둘러 앉아 눈을 마주보며 10분만이라도 대화해 봅시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