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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의 길, 시행착오를 어떻게 쌓을 것인가

유리불도저 2023. 1. 4. 05:05

패스트 팔로워로서 선진국과 글로벌 리딩 기업을 재빠르게 카피해 벤치마킹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압축성장과 효율을 강조하던 시기에는 시행착오란 피해야 할 악습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축적의 시간>에서 주장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의 축적을 통해 고도의 경험지식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축적의 길>은 <축적의 시간> 후속편으로 '어떻게 축적할 것인가'에 대한 실제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진 기술을 모방해 추격하던 시절에 체화된 사고방식과 관행이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정의하고 만들어내는 '개념설계 역량의 확보'에 어떻게 방해가 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용이 평이하고 주제가 명확하기 때문에 끝까지 쉽게 술술 읽을 수 있으니 꼭 일독하시길 권합니다. 

 

책 표지

 

지은이 : 이정동

출간일 : 2017년 5월

출판사 : 지식노마드

 

'개념설계'는 존재하지 않던 그 무엇을 그려내는 일, 즉 백지 위에 밑그림을 그려내는 일입니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비즈니스 모델, 즉 제품과 서비스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개념설계 역량입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나 노트 시리즈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비결 역시 애플이 이동통신 분야에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개념설계자'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근면, 성실을 무기로 선진국이 제시한 개념설계를 받아 재빠르게 '실행 역량'을 키워온 것이 지난날 한강의 기적을 가져왔다면,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개념설계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축적의 시간> 대표 저자인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개념설계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실행 전략 5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축적 전략 1 : 축적의 경험을 담는 최후의 그릇, 고수를 키워라

창의적인 개념설계 역량은 직접 새로운 그림을 그려보고, 적용하고, 다시 고쳐보는 경험을 반복해야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매뉴얼이나 교과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에 지식 형태로 체화되어야 합니다.

 

 축적 전략 2 : 아이디어는 흔하다, 스케일업 역량을 키워라

세계적 소프트웨어 회사 SAP는 한국의 서울대 교수에게서 픽업한 아이디어를 6년의 시간을 들여 상품으로 완성했습니다. 이는 2015년 한 해에만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추가로 SAP에 안겨주었다고 하네요.

이렇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혁신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스케일업이라고 하며, 혁신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 자체보다는 그 아이디어를 혁신으로 완성할 수 있는 스케일업 역량입니다.

 

 축적 전략 3 : 개념설계를 담는 그릇, 제조현장을 키워라

2014년 백악관 비서실이 발간한 보고서 '메이킹 인 아메리카(Making in America)'가 지적하는 바는 제조활동을 개도국, 특히 중국으로 내보냈더니 혁신활동도 함께 따라 나갔다는 반성입니다.

생산이나 제조활동은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있던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제로 물리적 생명을 갖도록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이죠.

 

 축적 전략 4 : 고독한 천재는 없다, 사회적 축적을 꾀하라

세계 최초의 활자 직지보다 200년 이상 뒤지긴 했지만, 1455년에 개발된 구텐베르크의 활자는 최소 3가지 핵심역량의 축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먼저 활판을 고르게 누르는 기술로 이는 그가 살던 마인츠 지방이 포도주 주산지로 세계 최고의 압착 기술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둘째 금속활자를 정밀하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금속 가공 기술에서도 독일은 최고의 노하우를 갖고 있었구요.

마지막으로 인쇄에 필요한 용지는 당대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이탈리아에서 원없이 종이를 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기술 선진국이란 혁신을 위한 보완적 지식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고, 축적된 경험이 모여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축적 전략 5 : 중국의 경쟁력 비밀을 이해하고 이용하라

고속철 사업에서 후발주자인 중국이 2015년에 자체모델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고속철도 사업을 수주한 것은 큰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중국은 해양플랜트, 발전설비에서도 독자 기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비결은 넓은 내수시장, 즉 공간의 힘으로 시행착오와 개념설계 역량을 기르는 데 필요한 시간을 압축할 수 있었습니다.

 

 축적 지향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4가지 열쇠

1. 고수의 시대 : 오랜기간 시행착오를 경험한 고수를 키워야 합니다

 

2. 스몰베팅 스케일업 전략 :

작은 아이디어로 출발해 많은 시도와 지속적인 스케일업 투자를 장려해야 합니다.

그동안 유효했던 선택과 집중, 일시적 단기총동원 같은 의사결정 방식을 버려야 합니다.

 

3. 위험공유 사회 : 도전적 시행착오의 경험은 공공재로서 다루어져야 하며, 그 위험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감당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4. 축적지향의 리더십 : 실행지향의 문화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에, 의식적으로 시행착오를 용인하고, 장기적으로 축적을 장려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목차

PART 1 대전환 : 착각에서 축적으로 

1장 | 고도 상승을 멈춘 로켓 
중간소득함정을 돌파한 대한민국 
식어가는 성장엔진 

2장 | 한국산업의 위기 : 개념설계 역량이 없다 
개념설계 : 백지 위에 밑그림 그리기 
글로벌 챔피언 기업의 조건 : 개념설계 역량 
한국산업의 경로 이탈 
착각의 시간, 축적의 시간 

PART 2 축적의 전략 : 축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3장 | 축적의 전략 1. 시행착오 경험을 담는 궁극의 그릇, 고수를 키워라 
교과서가 없다 
돈으로 사기 어렵다 

4장 | 축적의 전략 2. 아이디어는 흔하다, 스케일업 역량을 키워라 
스케일업, 아이디어를 혁신으로 완성하는 힘 
혁신은 축적의 결과 

5장 | 축적의 전략 3. 시행착오를 뒷받침할 제조 현장을 키워라 
 '메이킹 인 아메리카'인가? 
현장 없이 혁신 없다 

6장 | 축적의 전략 4. 고독한 천재는 없다, 사회적 축적을 꾀하라 
혁신은 조합이다 
오래된 사회적 축적, 기술 선진국의 비밀 

7장 | 축적의 전략 5. 중국의 경쟁력 비밀을 이해하고 이용하라 
우리가 아는 '메이드 인 차이나'는 더 이상 없다 
공간의 힘으로 축적의 시간을 압축한다 

PART 3 축적에서 길을 찾다 
8장 | 성장 정체의 진정한 원인 
기술 역량이 발전하는 단계 : 출발 - 실행 - 개념설계 
'실행'의 프레임과 '개념설계'의 프레임 
실행에서 개념설계로 프레임 전환이 어려운 이유 

9장 | '메이드 인 코리아', 반 잔의 물 
놀라운 실행 역량 
개념설계에 도전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 고도 상승을 멈추다 
한국산업은 중간혁신함정에 빠져 있다 

10장 기술 선진국의 비전과 축적의 길 
축적의 길로 가는 4개의 열쇠 
열쇠1. 고수의 시대 
열쇠2. 스몰베팅 스케일업 전략 
열쇠3. 위험공유 사회 
열쇠4. 축적지향의 리더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