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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은 글

평균의 종말, 공교육과 채용 및 인사평가의 민

by 유리불도저 2023. 4. 27.
책이름이나 표지만 보고서는 수학내지 통계와 관련한 책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평균이라는 허상이 어떻게 교육과 나아가 사회시스템 전반에 걸쳐 우리를 속여왔는지를 밝혀냄으로써 사회적이고도 철학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이시대 필독서의 위치에 자리매김했습니다.

 

1분기에 만난 책이지만, 2020년에 읽은 최고의 책이라고 감히 추천드립니다.

 

책 표지

  

코로나19 시대를 만나 대한민국의 위상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습니다.

선제적인 대규모 검사, 격리, 치료를 통해 빠른 시일내에 감염의 확산을 막아내고 성공적인 방역모델로 전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죠.

 

우리나라가 엄청난 속도로 산업화를 이루고 선진국 대열에 오르게 된 것은, 그들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벤치마킹하며 '가야 할 방향과 목표에 맞춰 빨리빨리 실행한 것'이 큰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추앙받던 나라들이 코로나19 사태에 우왕좌왕하면서, 기존의 세계질서와는 사뭇 다른 광경이 펼쳐지는 것을 목도하며 이제는 속도보다는, 가야할 방향과 목표를 어떻게 세우고 준비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에 접어든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우리 일상이 급변하게 된 요즘, 미래를 대비할 우리 소중한 아이들에게 현재 공교육이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인지 깊은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미국에서 ADHD 진단을 받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최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결국 하버드대 대학원 교수의 자리에 오른 저자 토드 로즈는, 평균주의에 함몰되어 있는 교육과 평가 시스템, 나아가 사회 전반에 만연한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미래 교육을 걱정하고 있는 학부모나 학생, 교육자, 그리고 기업의 경영자, 인사(채용-평가 등) 관련자라면 반드시 읽어보실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책 추천사

 

■ 미 공군 에피소드

1940년대 말, 미국 공군 조종사들은 전투기 조종에 애를 먹었습니다.

제트엔진이 도입되며 비행 속도가 빨라지고 다뤄야할 장비가 많아진 것이죠.

최악의 순간에는 단 하루에 17명의 조종사가 추락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군에서는 기체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사고 보고서에 '조종사 과실'을 원인으로 기재하며 문제를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반복되는 사고와 조사에서도 해답을 얻지 못하자 '조종석의 설계'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1926년에 조종석을 설계하면서, 수백 명의 신체 치수를 잰 뒤 표준화된 수치에 따라 설계를 했고, 이후 수 십년간 시트 규격과 모양, 가속페달과 기어의 배치 거리, 앞 유리의 높이, 헬멧이 모양에 이르기까지 평균 신체 치수에 맞춰 설계했던 것입니다.

 

드디어 엔지니어들은 혹시 체격이 커지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을 품고 대규모 신체 측정을 다시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니얼스는 이러한 '평균 치수'에 회의를 품고 '개개인용 제품의 설계에서는 평균치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실제 10가지 항목에서 평균치에 해당하는 조종사는 4,063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평균적인 조종사에게 맞는 조종석을 설계해봐야 어느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조종석을 설계하는 셈이었던 것이죠.

 

미국 여성의 평균 신체 치수, 노르마

 

이 후 엔지니어들은 위치 조절이 가능한 시트와 가속 페달을 만들어내고, 길이 조절이 가능한 헬멧 조임 끈과 비행복을 개발했습니다.

(자동차 시트의 위치와 높낮이 변경을 생각해 보세요)

 

이처럼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명쾌하지만 은폐된 진실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는, 개개인을 이해하려면 개개인성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만 한다는 <개개인학>으로 이어집니다.  

 

 

a fish can't climb a tree, and girraffees don't eat meat | 물고기는 나무를 오를 수 없고, 기린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 개개인성의 3대 원칙

1. 들쭉날쭉의 원칙 

들쭉날쭉의 원칙

 

위 사진에서 9가지 항목을 측정한 결과 평균 치수는 거의 동일하지만 누구도 비슷한 체격이라거나 평균적인 체격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이는 IQ에 대한 뿌리 깊은 믿음 역시 허상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같은 IQ라서 같은 지능이라고?

 

IQ로는 103으로 같지만, 우측 소녀는 공통점 찾기에서 평균 이상을 숫자 암기에서 평균 이하를 보여줍니다. 좌측 소녀는 공통점 찾기에서 평균 이하를, 상징 기호 찾기에서 평균 이상의 지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맥락의 원칙 

개인의 행동은 타고난 본성에 좌우되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고, 특정 상황과 개개인의 체험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공격성, 성실성, 자제력과 같은 특성이 본질적인 것으로 오랜기간 믿어져 왔으나 사실 맥락적인 것이라는 충격적인 통찰을 제공해 줍니다.

 

공격성의 상황 맥락별 기질

 

성실성의 상황 맥락별 기질

 

3. 경로의 원칙 

인간의 걷기라는 행동도 고정적 단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서 일어날 것이라 믿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캐런 아돌프는 보행 반사의 미스터리를 풀어낸 에스터 텔렌을 통해 아이들의 개개인성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에 눈을 떴습니다.

 

* 보행 반사 : P. 108~112

갓난 아이를 안아서 똑바로 일으켜 세워주면 마치 걷는 것처럼 다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동작으로 인간에게 선천적인 보행 본능이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라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생후 2개월 쯤 되면 이런 동작이 사라져 미스터리로 불려왔습니다.

텔렌은 정상적 발달론에 기초해 이를 설명하던 전통에 반대하고, '포동포동한 허벅다리 때문'이라는 가설을 훌륭히 입증해냈습니다.

즉, 다리 근육이 다리를 들어 올릴 만큼 강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나타난 동작이며, 신체 부위별 성장 속도 차이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 설명합니다.

 

아돌프는 기어 다니기 전부터 걸음마를 떼는 날까지의 발달 과정을 추적 관찰한 뒤, 기어 다니기에 정상적인 경로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즉, 현재 모든 소아과에서 맹신하고 있는 발달 성장 그래프 같은 것들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인간의 발달은(생물학적, 정신적, 도덕적, 직업적.. 무엇이건) 단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라는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1)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는, 그리고 특정 목표를 위한 여정 역시도 똑같은 결과에 이르는 길이 여러 갈래이며 그 길은 저마다 동등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확신

등결과성(equifinality) = 시간에 따른 변화를 수반하는 다차원적인 시스템은 그 어떤 시스템이든 간에 예외 없이  A에서 B에 도달하기까지 다양한 길들이 있다

 

2) 나에게 가장 잘 맛는 경로는 나 자산의 개개인성에 따라 결정된다.

즉, 들쭉날쭉의 원칙과 맥락의 원칙에 따라 당연히 진전의 속도와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순서가 다양하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개개인성을 중요시하는 교육의 방향

1. 학위가 아닌 자격증 수여 

교육적 성취도의 기본단위로 학위 대신 '세분화된' 자격증을 수여하자

Before> 컴퓨터학

 

After>

- 프로그래밍 이론

- 모바일 기기 프로그래밍

- 컴퓨터 애니메이션

- 그래픽디자인

=> 통합 '모바일 기기 기반 비디오게임 디자인' 자격증

 

2. 성적 대신 실력의 평가

심리학자 거스키 <성적 매기기 개혁의 5가지 장애물>

 

'누군가 키, 체중, 식생활, 운동 활동을 종합적으로 측정해

단 하나의 숫자나 기호로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표시하자고 제안한다면 비웃음거리가 되기 쉽다.

(중략) 하지만 교사들이 매일같이 학생들의 성취도, 태도, 책임감, 노력, 품행 등의 측면을 종합해

단 하나의 점수를 내서 통지표에 기록하는 것에는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실력 중심 평가의 3가지 본질적 특징 

- 다소 명확하다 : 합격 수준과 미비함의 구분이 분명함

- 실제 자격증에 필요한 실력을 쌓아야 한다 : 과목을 이수했다는 이유만으로 학위를 받는 것은 '실력'과 무관하다

- 직업과의 연계 : 고용주나 직업 조직이 진정성있게 참여해, 학생들이 배우는 것과 실제 직무에서의 성공에 필요한 자질 사이에 밀접하고 유연성 있고 실시간적인 조화가 생긴다

 

3. 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결정권 허용하기 

현재 대학은 학생들의 교육 진로에서 거의 모든 측면, 즉 입학 여부, 수행할 요건과 비용 등 모든 것을 통제함.

자율 결정의 진로를 택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통제력을 학생에게 양도할 필요가 있다.

- 단 한 곳의 대학을 선택해 교육받는 방식을 넘어서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자

- 자격 인정 절차가 어느 특정 조직에도 종속돼지 않아야 한다

 

평균적인 사람 따위는 없으며, 평균적으로 평등한 기회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

 

평등한 맞춤만이 평등한 기회의 밑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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